옹진군이 인천에 편입된 것은 인천가라오케 가 되면서부터였다. 물론 경기도 인천시 시절에도 옹진군은 인천과 함께 ‘경기도’에 속해 있었다. 서해안의 가장 큰 항구였던 인천은 강화는 물론이고 인천 앞바다 섬부터 충청이나 전라를 연결하는 뱃길의 허브 역할을 했기에 그쪽 출신들이 많다.
부모님들의 고향, 혹은 어릴 적 고향이 충청과 호남인 경우가 상대적으로 인천 시민 가운데는 많은 것 같다. 그러나 눈을 조금 더 멀리 돌리면 황해와 평안 지역 중에서도 서해안을 맞대고 있는 고을 사람들 역시 충청이나 전라 못지않게 인천을 자주 드나들었다. 많이 알려진 우리 소설 중에 김동인의 < 배따라기 >에도 인천이 등장한다.
평안도 바닷가 마을에서 형이 동생을 찾아 인천가라오케 까지 오는 내용이 이 소설에는 담겨 있다.
그만큼 인천은 서해안 바닷길로 통하는 여러 고을들과 생활권을 같이 했던 것이다.
인천이 광역시로 탄생하면서 옹진군을 품에 아우른 것은 그런 생활권을 고려한 배경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인천에는 옹진 섬 출신 사람들도 제법 된다. 나 역시 어렸을 때 공직에 있던 아버지를 따라 백령도에서 국민학교를 다닌 적이 있기도 하다.
백령도는 그래서 내게 낯선 곳이 아니다. 어린 시절 시골 생활에 대한 기억은 방학 때 찾던 외가를 빼고 나면 오롯이
백령에서 보낸 생활이 전부이다. 인천 가라오케 출신을 만나면 그래서 더 반갑기도 한 것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이곳에서 평양냉면을 한번 소개한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옹진의 냉면을 얘기하고자 한다. 음식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사람은 아니어서 이렇게 말하기가 조심스럽긴 하지만 옹진 냉면은 황해도에 그 뿌리를 두고 있지 않은가 짐작된다.
음식 관련 방송에서 그런 얘기를 들어본 기억도 있다. 황해 지역 사람들이 전쟁 통에 옹진 섬에 정착하고 상대적으로 바람 많고 기온이 많이 오르지 않는 섬 지역에서 키운 메밀을 재료로 국수를 말아 먹던 것이 오늘날 옹진냉면을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추정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내가 어렸을 때 백령도에서 냉면을 먹었던 기억은 없다. 아직 냉면 맛을 알기에는 어린 나이여서 그랬을 수도 있다.
인천가라오케에는 옹진 계열의 냉면집이 여러 곳에서 성업중이다. 이것은 특히 인천만의 특색이지 싶다. 다른 지역에 가서 인천 가라오케 의 냉면을 하는 식당을 만난 적은 거의 없다. 그런데 인천에는 ‘옹진면옥’, ‘백령면옥’, ‘황해면옥’ 등의 이름을 내건 식당들이 흔하지는 않아도 도심 곳곳에 있다.
게다가 이 식당들의 대부분은 기대에 어긋나지 않을 정도로 평균적으로 맛이 좋다. 물론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맛이 더 좋고 아닐 수는 있지만 그 차이가 다른 음식 종류에 비해서는 크지 않다.